점수도(P&F) 차트 보는 법 — 시간을 지우고 가격만 남기는 작도법
점수도(P&F) (Point and Figure) · 글: 주가맵 운영자 (9년 차 개인 투자자) · 콘텐츠 원칙에 따라 작성합니다

처음 점수도 차트를 봤을 때는 한참을 멍하니 들여다봤습니다. 캔들도 없고 거래량 막대도 없고, X와 O가 칸을 따라 위아래로 쌓여 있을 뿐이었거든요. 가로축에 시간조차 일정하게 흐르지 않으니 익숙한 차트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들여다보니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잔잔한 출렁임이 싹 지워지고 '의미 있는 가격 움직임'만 남아 있더군요.
점수도(P&F)는 오래된 작도법입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시세를 칸 종이에 손으로 옮겨 적던 방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라는 축을 과감히 버리고 가격의 방향과 크기에만 집중합니다. 작은 노이즈에 휘둘리지 않고 추세와 지지·저항, 돌파를 보고 싶을 때 의외로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 글에서는 점수도가 어떻게 그려지는지(X 열·O 열, 박스 크기, 반전 수), 매수·매도 신호를 어떻게 읽는지, 목표가를 카운팅으로 어떻게 잡는지, 그리고 시간을 무시한다는 특성이 실전에서 어떤 장단점이 되는지를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합니다.
점수도란 — 시간을 버리고 가격만 그리는 차트
점수도(Point and Figure) 차트는 일반 차트와 달리 가로축이 '시간'이 아닙니다. 가격이 의미 있게 움직였을 때만 한 칸씩 채워 나가기 때문에, 가격이 며칠 동안 좁게 횡보하면 차트는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하루 만에 크게 움직이면 그날만으로도 여러 칸이 채워집니다. 즉 가로축은 '가격이 방향을 바꾼 횟수'에 가깝습니다.
차트는 두 가지 기호로만 그립니다. 가격이 오르는 구간은 X를 세로로 쌓아 올린 열로, 내리는 구간은 O를 세로로 쌓아 내린 열로 표시합니다. 한 열은 한 방향만 담습니다. X 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계속 X만 위로 쌓이고, 추세가 꺾여 반대 방향으로 충분히 움직이면 옆 칸으로 넘어가 새 O 열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차트를 보면 X 묶음과 O 묶음이 번갈아 늘어선 모양이 됩니다.
작도 원리 — 박스 크기와 반전 수
점수도를 그리려면 두 가지 설정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박스 크기(Box Size)'입니다. 한 칸(X 하나, O 하나)이 얼마만큼의 가격을 나타내는지를 정하는 값입니다. 예를 들어 박스 크기가 500원이면 가격이 500원 오를 때마다 X가 하나씩 쌓입니다. 박스 크기를 키우면 차트가 단순해지고 큰 흐름만 남으며, 줄이면 세밀해지지만 잔동작까지 그려집니다.
둘째는 '반전 수(Reversal)'입니다. 진행 중인 방향과 반대로 박스 몇 칸만큼 움직여야 새 열(반대 기호)로 넘어갈지를 정하는 값입니다. 가장 널리 쓰는 설정이 3칸 반전(3-box reversal)입니다. X가 쌓이는 중이라면, 박스 3칸 분량만큼 하락해야 비로소 옆 칸에 O 열이 새로 시작됩니다. 그만큼 움직이지 못한 잔잔한 되돌림은 아예 무시됩니다. 이 '반전 수'가 바로 점수도가 노이즈를 걸러내는 핵심 장치입니다.
정리하면, 박스 크기는 '얼마나 움직여야 한 칸을 채울지', 반전 수는 '얼마나 거꾸로 움직여야 열을 바꿀지'를 정합니다. 이 둘만 정하면 같은 시세 데이터라도 전혀 다른 거칠기의 차트가 나옵니다. 박스 크기를 고정값(예: 500원)으로 쓰는 방식과 가격대별 비율로 자동 조정하는 방식(트래디셔널)이 있는데, 종목 가격대가 넓다면 비율 방식이 보기 편합니다.
| 구성 요소 | 의미 | 값을 키우면 | 값을 줄이면 |
|---|---|---|---|
| 박스 크기 | 한 칸이 나타내는 가격폭 | 큰 흐름만, 단순해짐 | 세밀해지고 잔동작 표시 |
| 반전 수 | 열을 바꾸는 데 필요한 역방향 칸수 | 노이즈 강하게 제거 | 전환을 민감하게 포착 |
| X 열 | 가격 상승 구간 | — | — |
| O 열 | 가격 하락 구간 | — | — |
매수·매도 신호 — 이중천장 돌파와 이중바닥 이탈
점수도의 가장 기본 신호는 '이중천장 돌파(Double Top Breakout)'와 '이중바닥 이탈(Double Bottom Breakdown)'입니다. 점수도는 가로축이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어 직전 고점·저점이 어느 칸이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돌파 여부를 캔들 차트보다 훨씬 또렷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중천장 돌파는 매수 신호입니다. 새로 올라가는 X 열이 직전 X 열의 최고점보다 박스 한 칸이라도 더 높이 올라서면 발생합니다. 직전에 막혔던 저항을 새 X 열이 넘어선 것이니 상승 추세 강화로 봅니다. 반대로 이중바닥 이탈은 매도 신호로, 새 O 열이 직전 O 열의 최저점보다 한 칸 더 내려가면 발생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추세선이 있습니다. 점수도에서는 45도 각도의 대각선으로 상승 추세선·하락 추세선을 긋습니다. 의미 있는 저점에서 우상향 45도로 그은 선을 '상승 추세 지지선', 고점에서 우하향 45도로 그은 선을 '하락 추세 저항선'이라 부릅니다. 이중천장 돌파가 상승 추세선 위에서 나오면 신뢰도가 더 높고, 추세선 아래에서 나오면 약한 신호로 취급합니다.
- 이중천장 돌파(매수): 새 X 열이 직전 X 열 고점을 한 칸 이상 상향 돌파
- 이중바닥 이탈(매도): 새 O 열이 직전 O 열 저점을 한 칸 이상 하향 이탈
- 삼중천장·삼중바닥: 같은 고점·저점이 세 번 형성 후 돌파되면 더 강한 신호
- 45도 추세선과 함께 보면 돌파 신뢰도를 한 단계 더 거를 수 있음
목표가 카운팅 — 수직·수평 계산법
점수도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가 '목표가 카운팅'입니다. 차트 모양만으로 대략적인 목표 가격을 추정하는 방식인데, 칸이 일정 단위로 정렬되어 있어 계산이 가능합니다. 크게 수직 카운팅과 수평 카운팅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수직 카운팅(Vertical Count)은 추세 전환 직후 새로 만들어진 첫 열의 칸 수를 셉니다. 예를 들어 상승 전환 후 첫 X 열이 5칸이라면, 그 칸 수에 반전 수(3)를 곱하고 다시 박스 크기를 곱한 값을 출발점(열의 바닥)에 더해 목표가를 잡습니다. 칸 수 5 × 반전 3 × 박스 500원 = 7,500원을 바닥 가격에 더하는 식입니다.
수평 카운팅(Horizontal Count)은 바닥권에서 가로로 넓게 형성된 박스권(밀집 구간)의 폭, 즉 가로 칸 수를 셉니다. 그 폭만큼의 에너지가 돌파 후 위로 전달된다고 보는 발상입니다. 다만 카운팅은 어디까지나 '참고용 목표치'일 뿐, 정확한 도착가가 아니라는 점을 늘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카운팅 값을 '이 정도 여력이 있구나' 하는 기대치로만 쓰고, 거기에 도달하기 전에라도 추세선이 깨지면 미련 없이 정리합니다.
시간을 무시한다는 것 — 강점이자 함정
점수도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움직이지 않으면 차트도 멈춰 있습니다. 한 달을 횡보해도 점수도에서는 한 칸도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의미 없는 잔파동이 사라지고 '진짜 움직인 가격'만 남아, 지지·저항선과 돌파가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박스권에 오래 갇힌 종목의 매물대를 가늠할 때 특히 편합니다.
하지만 같은 특징이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점수도만 보면 '언제' 그 신호가 나왔는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돌파가 어제 일인지 석 달 전 일인지 차트만으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또 거래량 정보가 빠져 있어 돌파에 힘이 실렸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수도로 '구조'를 보고, 실제 진입 타이밍과 거래량은 캔들 차트로 따로 확인합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박스 크기·반전 수 설정에 따라 신호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종목도 박스를 작게 잡으면 신호가 잦고, 크게 잡으면 뜸합니다. 한 종목에 맞는 설정을 정했다면 자주 바꾸지 말고 일관되게 유지해야 신호의 의미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직접 써보고 느낀 점 — 노이즈에 지친 눈을 위한 필터
제가 점수도를 다시 꺼내 든 건 차트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다 잔파동에 휘둘려 손절을 반복하던 시기였습니다. 캔들 차트는 1분, 5분 단위까지 출렁임이 다 보이니 손이 자꾸 나갔거든요. 점수도로 같은 종목을 보니 의미 없는 흔들림이 통째로 지워지고, 정말 돌파인지 아닌지만 남아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다만 점수도를 매매의 유일한 근거로 삼지는 않습니다. 시간과 거래량이 빠진 차트라 그것만으로는 진입·청산 타이밍을 못 잡습니다. 저는 점수도로 '이 종목이 지금 추세인가, 어디가 돌파 지점인가'라는 큰 그림을 잡고, 실제 매매는 캔들·거래량·시장 전체 분위기를 함께 본 뒤 결정합니다. 점수도 역시 과거 가격으로 만든 후행 도구라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