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 보유 주소(공급 비율) 보는 법 — 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나
잔액 보유 주소(공급 비율) (Addresses with Balance Percent of Supply) · 글: 주가맵 운영자 (9년 차 개인 투자자) · 콘텐츠 원칙에 따라 작성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참 빠지던 어느 겨울, 저는 차트만 들여다보다 지쳐서 처음으로 온체인 데이터를 켰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잔액을 가진 주소가 전체 공급의 몇 퍼센트를 들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였어요. 가격은 반토막인데 잔액을 든 주소 비중은 오히려 천천히 늘고 있었고, 그 한 줄이 제 패닉을 가라앉혀 줬습니다. 가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보유 행동'을 보는 창이 따로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잔액 보유 주소(공급 비율) 지표가 정확히 무엇을 재는지, 데이터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비중이 높거나 낮을 때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코인에만 쓸 수 있다는 한계와 거래소 데이터 문제까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 보겠습니다. 주식에는 없는, 블록체인이라 가능한 분석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지표가 측정하는 것 — 들고 있는 손의 무게
잔액 보유 주소(공급 비율)는 0보다 큰 잔액을 가진 주소들이, 현재 유통되는 전체 코인 공급량 가운데 몇 퍼센트를 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온체인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실제로 코인을 들고 있는 지갑들이 시장 물량의 얼마를 점유하고 있나'를 비율로 보여 줍니다.
비슷한 이름의 '잔액 보유 주소 수'가 들고 있는 사람의 머릿수를 센다면, 이 지표는 그 사람들이 차지하는 물량의 비중을 봅니다. 머릿수가 늘어도 비중이 정체되어 있다면 소액 주소만 늘고 있다는 뜻이고, 머릿수와 비중이 함께 오르면 시장 물량이 폭넓게 분산되어 흡수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 비율은 보통 95에서 100퍼센트 사이의 좁은 범위에서 움직입니다. 거래소 핫월렛이나 소각 주소처럼 잔액이 0이거나 특수한 주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급은 잔액 보유 주소에 담겨 있기 때문에, 절댓값보다 '추세의 방향과 미세한 변화'를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0.5퍼센트 정도의 작은 변화가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물량의 이동을 뜻할 수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이 지표를 처음 볼 때 '왜 이렇게 100에 가까운가'에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누군가 코인을 들고 있는 한 그 주소의 잔액은 어딘가에 잡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절댓값이 아니라, 그 비중이 어느 방향으로 천천히 기울고 있느냐 하는 기울기였습니다. 그 미세한 기울기를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단위로 따라가면 시장의 큰 호흡이 보입니다.
데이터 출처와 계산 개념
이 지표는 블록체인 원장 자체를 전수 집계해서 만듭니다. 글래스노드나 크립토퀀트 같은 온체인 데이터 업체가 풀노드를 돌려 모든 주소의 잔액을 스캔하고, 잔액이 0보다 큰 주소들이 보유한 코인 합계를 그 시점의 유통 공급량으로 나눠 백분율을 구합니다. 누가 신고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장부에 기록된 사실을 그대로 더한 값이라는 점이 강점입니다.
계산 개념은 단순합니다. 분자는 잔액이 있는 모든 주소의 코인 합, 분모는 현재 유통 공급량입니다. 다만 업체마다 '유통 공급량'의 정의(소각분, 미채굴분 처리)와 더스트(먼지처럼 작은 잔액) 제외 기준이 조금씩 달라 같은 코인이라도 수치가 미세하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업체의 화면을 꾸준히 보는 습관이, 여러 업체의 숫자를 그날그날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일관된 판단을 줍니다.
보통은 이 지표 하나만 보지 않고 함께 묶어서 봅니다. 아래 항목들을 같이 두면 비중 변화의 맥락을 읽기 쉽습니다.
- 잔액 보유 주소 수 — 보유자 머릿수(비중과 함께 보면 분산 여부 판단)
- 신규 활성 주소 — 새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
- 실현 시가총액 — 코인이 마지막으로 이동한 가격 기준의 총가치
- 거래소 보유량 — 매도 대기 물량의 증감 흐름
해석법 — 비중이 오르내릴 때의 의미
원리는 직관적입니다. 비중이 꾸준히 오른다는 건 시장에 풀린 코인을 지갑들이 받아서 들고 있다는 뜻이라, 일반적으로 보유 심리가 단단해지는 축적 국면으로 해석합니다. 반대로 비중이 정체하거나 미끄러지면 분배가 일어나거나 자금이 거래소로 옮겨가 매도 압력이 쌓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과 함께 읽을 때 의미가 살아납니다. 가격은 하락하는데 보유 비중은 올라가는 '강세 다이버전스' 형태가 나타나면, 가격이 싸졌다고 보고 물량을 받아내는 손이 있다는 뜻으로 봅니다. 반대로 가격은 오르는데 비중이 빠지면 상승분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흐름일 수 있어 경계합니다.
또 하나 제가 챙겨 보는 건 비중과 보유자 머릿수의 관계입니다. 비중과 머릿수가 함께 오르면 물량이 넓게 퍼지며 흡수되는 건강한 분산이지만, 머릿수는 느는데 비중이 제자리라면 잔돈 같은 소액 주소만 늘고 큰 물량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같은 상승이라도 그 결이 다른 셈입니다.
다만 이 지표는 워낙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절대 수치 자체로 매매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아래 표는 비중의 방향과 가격을 조합해 제가 머릿속으로 정리해 두는 기준입니다.
| 비중 추세 | 가격 흐름 | 일반적 해석 |
|---|---|---|
| 꾸준히 상승 | 하락 또는 횡보 | 물량 축적, 보유 심리 강화로 해석 |
| 꾸준히 상승 | 상승 | 보유와 상승 동반, 추세 신뢰도 높음 |
| 정체 또는 둔화 | 상승 | 차익 실현 가능성, 과열 점검 필요 |
| 하락 | 하락 | 분배 또는 거래소 유입, 매도 압력 경계 |
| 급변 | 무관 | 데이터 오류·대형 지갑 이동 의심, 교차 확인 |
한계 — 코인 한정과 데이터의 함정
가장 큰 한계는 이 지표가 코인 전용이라는 점입니다. 블록체인 원장이 공개되어 있어야 주소별 잔액을 셀 수 있으니, 장부가 없는 주식이나 채권에는 애초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한 사람이 지갑 수십 개를 쓰거나, 반대로 거래소 한 주소에 수백만 명의 잔액이 묶여 있어 '주소 = 사람'이 아니라는 구조적 왜곡이 있습니다.
거래소 데이터 차이도 주의해야 합니다. 거래소 핫월렛은 잔액이 큰 단일 주소라서, 거래소가 콜드월렛을 재편하거나 지갑을 옮기면 비중 수치가 실제 보유 행동과 무관하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더스트 제외 기준, 유통 공급량 정의가 업체마다 달라 같은 코인이라도 수치가 갈리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지표는 후행적이고 느립니다. 가격이 급변하는 단기 매매에는 거의 쓸모가 없고, 주 단위 이상의 큰 추세를 가늠하는 보조 도구로 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처럼 주소가 많고 역사가 긴 코인에서는 신뢰도가 높지만, 주소가 적은 신생 알트코인에서는 대형 지갑 몇 개에 비중이 좌우되어 해석이 흔들립니다.
직접 써보고 느낀 점 — 패닉을 식혀주는 온도계
제게 이 지표는 매매 신호라기보다 '심리 온도계'에 가깝습니다. 하락장에서 공포에 휩쓸릴 때 보유 비중이 꺾이지 않고 버티거나 오히려 오르는 걸 보면, 시장 어딘가에서 물량을 받아내는 손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반대로 가격은 신나게 오르는데 비중이 슬그머니 빠지던 국면에서는 욕심을 거두고 비중을 줄여 큰 후회를 던 적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한 줄만 보고 매매하지 않습니다. 잔액 보유 주소 수, 신규 활성 주소, 거래소 보유량을 함께 겹쳐 보면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 지표 역시 과거 블록체인 데이터로 만든 후행 지표라 미래 가격을 보장하지 않으며, 거래소 지갑 재편 같은 잡음이 섞일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둡니다. 최종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